삶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기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이 많아지면 사람을 놓치고, 관계에 치이면 나를 잃고, 기대가 커지면 실망도 커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균형’이라는 말은 참 어려운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저는 어느 날, 별다른 의도 없이 이어왔던 어떤 방식들이 제 삶의 균형을 은근히 지켜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지켜졌던 삶의 조화, 그 조용한 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바쁜 일상 속에도 놓치지 않았던 ‘쉼’의 순간
일이 많을수록 사람들은 더 바쁘게 움직이려 합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해야 할 일을 해내기 위해 점심시간도 줄였고, 주말에도 노트북을 켜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와중에도 꼭 하는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저만의 산책 시간이었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동네를 걷고, 조용한 골목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는 그 시간이 어느 순간 일상의 고정 루틴이 되어 있었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답답해서 밖으로 나갔던 그 시간이, 나중엔 제 정신을 붙들어주는 중심축이 되었습니다. 바쁜 하루 중 단 30분이라도 혼자 걷는 시간이 있었기에, 저는 일의 무게에 완전히 짓눌리지 않았습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고, 특별히 계획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 짧은 쉼의 시간은 오히려 저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었습니다.
삶의 균형은 대단한 설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든 습관에서 시작됩니다. 바쁨 속에도 멈추는 순간을 갖고 있었던 것, 그것 하나가 저를 무너지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쉼은 잠깐의 정지가 아니라, 전체를 이어주는 여백이었습니다.
2. 관계 속에서 지켜낸 나만의 경계
사람들과의 관계는 때로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어려워집니다. 특히 가까운 사람일수록 감정이 얽히고, 책임감이 커지고, 때로는 나를 잊고 상대에게 맞추려 할 때가 많습니다. 저도 그런 관계 속에서 자주 소진되었습니다.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고, 하고 싶지 않은 말에 웃으며 대답하고, 속상해도 티 내지 않는 일이 반복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였는지, 저는 자연스럽게 조금씩 선을 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강하게 다가올수록 한 발 물러서고, 모든 연락에 즉시 반응하지 않으며, 내 감정이 망가질 것 같은 자리는 조용히 빠져나왔습니다. 그건 의도적인 훈련이 아니라,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본능적인 반응이었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조정해가던 관계의 거리들이, 어느 순간 저에게 안정감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점점 편안해졌고, 상대와의 관계도 더 건강해졌습니다. 지나치게 얽히지 않으면서도 따뜻함을 유지하는 방식, 바로 그 중간 지점에서 저는 제 자리를 찾았습니다. 관계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 태도, 그것은 삶의 균형을 이루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경계를 지키는 일은 거절이 아니라, 함께 오래 머무르기 위한 준비였던 셈입니다.
3. 기대하지 않았지만 꾸준히 지켜낸 나의 방식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늘 각오를 다지고 결심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의지도 약했고, 쉽게 흔들리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이상하게도 몇 가지는 오랫동안 꾸준히 해왔습니다. 일기 쓰기, 하루 한 끼는 천천히 먹기, 아침에 창문 열고 환기하기. 거창하지도, 거룩하지도 않은 이 습관들이 결과적으로 제 삶을 오랫동안 버티게 했습니다.
이 습관들은 처음부터 큰 계획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하루하루가 버거울 때, 저를 진정시키기 위해 자연스럽게 하던 행동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들이 저를 표현하는 방식이 되었고, 다른 사람이 아닌 저만의 페이스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남들이 말하는 ‘잘 사는 법’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리듬을 찾아가게 해준 도구였던 것입니다.
살면서 우리는 많은 목표를 세우지만, 끝까지 지켜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그래서 더 중요한 건 ‘내가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일입니다. 그것이 오히려 더 오래 가고, 나를 무너지지 않게 만드는 균형의 중심이 됩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나의 작은 방식들이 결국 내 삶의 형태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건 누가 알려준 것도, 강요한 것도 아닌, 나만의 속도로 살아낸 결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