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줄 알았습니다. 잊고 살다 보면 언젠가는 무뎌질 거라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어떤 마음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버릴 줄 알았는데, 끝내 남아 있었습니다. 조용히 가라앉은 줄 알았던 감정이 어느 날 불쑥 떠오르고, 다시 삶의 방향을 바꾸게 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잊으려 했지만 결국 지켜낸 마음 하나, 그 마음이 지금의 나를 어떻게 이끌었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포기했다고 믿었지만 마음속에 살아 있던 꿈
어릴 적 누구나 품는 꿈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라면서 현실과 타협하게 됩니다. 저 역시도 그랬습니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책을 좋아했고, 마음을 문장으로 옮기는 일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취업, 생계, 책임이라는 단어 앞에서 글쓰기는 점점 멀어졌습니다. 나는 이 마음을 이제 접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이상 미련도 없다고 스스로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속에 무언가가 남아 있었습니다.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노트북을 켜고 있었고, 바쁜 하루 속에서도 짧은 문장을 머릿속에서 되뇌곤 했습니다. 글을 쓰지 않아도, 마음속에서는 끊임없이 글이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시작한 하루 한 줄 쓰기가, 일기장이, 다시 긴 글이 되었습니다. 멈춘 줄 알았던 꿈이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결국 그 마음은 완전히 버려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오히려 바쁘고 혼란스러운 날들 사이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버렸다고 믿었던 것은 사실 가장 지키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꿈은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잊은 줄 알았는데도 다시 떠오르는 마음, 그것이 진짜 꿈입니다.
2. 흔들림 속에서도 놓지 않았던 진심
살면서 사람과의 관계는 늘 어렵습니다. 오해가 쌓이기도 하고, 때론 상처를 주고받기도 합니다. 그런 갈등 속에서 나는 때로 ‘이 관계는 이제 끝이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더 이상 마음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연락을 끊고, 생각을 멈추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마음은 완전히 끊어지지 않았고, 작은 일에도 그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진심이라는 건 억지로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나를 서운하게 했던 기억보다, 함께 웃었던 순간들이 더 선명했습니다. 내가 상처받았다는 감정보다, 그 사람을 이해하고 싶었던 마음이 더 깊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손을 내밀게 되었습니다. 먼저 연락을 하고, 먼저 사과를 건넸습니다. 상대는 놀랐지만, 다시 마음을 열었습니다. 그렇게 관계는 다시 이어졌습니다.
사람 사이의 진심은 버린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애써 외면해도 그 마음은 어딘가 남아 있고, 언젠가 다시 고개를 듭니다. 때로는 그 마음 하나가 관계를 회복시키고, 새로운 시작을 가능하게 합니다. 버릴 줄 알았지만 지켜낸 진심은 결국 나를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힘이었습니다.
3. 작은 선택이 만든 나만의 방향
어떤 결정은 순간적으로 내리는 것이지만, 그 결과는 오래 남습니다. 저는 한때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춰 살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사회가 말하는 성공, 타인의 기대, 평균적인 삶. 그 모든 것에 맞추기 위해 자신을 자꾸 바꿨습니다. 그러나 그런 삶은 자꾸 어긋났습니다. 즐겁지 않았고, 마음도 점점 말라갔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내 마음이 끌리는 쪽으로, 나에게 정직한 쪽으로 선택하기 시작했습니다.
크고 거창한 변화는 아니었습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TV 대신 책을 펼치고, 휴일엔 쇼핑몰이 아닌 공원을 걷는 일. 나만의 리듬을 만들어가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주변의 시선이 신경 쓰였고, 낯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선택들을 하나씩 이어가다 보니 삶이 달라졌습니다. 내 안의 소리에 더 집중하게 되었고, 불필요한 갈등이 줄었습니다. 무엇보다 나는 점점 나다워졌습니다.
그 방향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거짓을 거부하고, 진심을 따르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작은 선택의 반복이었습니다. 어느새 나는 그 방향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버릴 줄 알았던 감각, 무시했던 직감, 지나쳤던 목소리가 결국 나의 삶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렇게 지켜낸 마음 하나는 삶의 방향이 되었고, 방향은 곧 나의 길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