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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려고 한 건 아닌데 끝까지 남아 있던 것

by blogger87955 2025. 7. 28.

우리는 늘 무엇을 지키기 위해 애쓰며 살아갑니다. 가족, 일, 명예, 혹은 아주 작은 습관 하나까지. 하지만 돌아보면 정작 끝까지 남아 있는 것들은 반드시 지키려고 애쓴 것만은 아닐 때가 많습니다. 오히려 무심하게, 무의식적으로, 나도 모르게 지켜낸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작은 신념이었든, 오래된 관계였든, 혹은 일상의 루틴이었든 말입니다. 이 글에서는 지키려고 하지도 않았는데도 내 안에 남아 있던 어떤 마음, 태도, 삶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지키려고 한 건 아닌데 끝까지 남아 있던 것

1. 의식하지 못했던 작은 습관의 힘


누군가는 일상을 채우는 습관이야말로 사람의 성격을 결정한다고 말합니다. 저 역시 특별히 무엇을 지키겠다고 결심한 적은 없지만, 어느 순간 제 삶에 고정된 패턴이 있었습니다. 매일 아침 창문을 여는 일, 식사를 할 때 핸드폰을 멀리 두는 일, 밤마다 조용히 책을 펼치는 일. 이 모든 것은 누군가의 눈엔 대단하지 않은 행동이지만, 제게는 일상을 붙잡아준 고리 같은 존재였습니다.

특히 힘든 시기일수록 저는 그 사소한 습관에 의지했습니다. 일이 틀어지거나, 관계가 삐걱거릴 때, 저는 무언가를 새로 하려 하기보다는 익숙한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커피를 내리고, 같은 잔에 따르고, 같은 자리에 앉아 책을 읽었습니다. 그 시간은 제가 저 자신을 놓치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순간들을 의식하지 않았더라면, 어느 날 불쑥 무너져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건, 그 습관들을 일부러 지켜야겠다고 다짐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그저 좋았기 때문에 했고, 편안했기 때문에 반복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런 무심한 반복이 쌓여 저를 이루는 단단한 틀이 되었고, 외부의 흔들림 속에서도 저를 지켜주는 힘이 되었습니다. 작은 습관은 결국 삶의 중심을 잃지 않게 해주는 가장 조용한 기둥이었습니다.

 

2. 노력하지 않았지만 이어졌던 관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지키려고 하면 할수록 오히려 멀어질 때가 있습니다. 너무 애쓰면 불편해지고, 너무 의식하면 어색해지는 순간들. 저는 오히려 연락을 자주 하지 않고, 약속도 많지 않지만, 이상하게 계속 이어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연락해도 서운함이 없고, 어색하지도 않은 사람들. 그들은 제게 '지키려고 하지 않아도 남아 있는 관계'의 증거입니다.

그런 관계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서로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바쁜 걸 이해하고, 감정 표현이 서툴러도 기다려주고, 자주 보지 않아도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저는 그런 관계들을 지키려고 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잠깐 멀어진 적도 많고, 서로를 오랫동안 잊고 지낸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결국 다시 연락하게 되고,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힘들이지 않은 진심'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서로를 소유하려 하지 않았고, 특별한 이유 없이 함께 있을 수 있었기에, 관계는 무너지지 않고 지속되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인생에서 가장 깊은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의도적으로 지키지 않았지만, 결국 내 곁에 남아 있는 사람. 그 존재만으로도 삶이 덜 외롭고, 덜 불안해집니다.

 

3. 끝내 사라지지 않았던 마음의 방향


삶을 살다 보면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됩니다. 꿈, 기대, 가능성. 때로는 상황이 허락하지 않기도 하고, 현실이 너무 무겁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런 순간들을 많이 겪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이건 이제 접자. 그만두자.’ 하지만 그 마음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현실이 달라져도, 문득 떠오르고, 다시 조용히 되살아났습니다. 그건 마치 불씨처럼 타오르지 않아도 꺼지지 않는 어떤 감정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오래전부터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직장생활에 치이고, 글로 밥벌이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그 마음을 접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일이 고단할수록, 마음이 복잡할수록, 저는 메모장에 단어를 적기 시작했습니다. 일기처럼 쓰다가, 짧은 문장을 남기다가, 다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멈췄던 꿈이 어느새 다시 제 삶에 스며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정말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것들은, 포기하려 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요. 지키려고 한 것도 아니고, 꾸준히 노력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 마음은 스스로 살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끝까지 남아 있는 것은 결국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지켜낸 그 마음이, 결국 나를 지켜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