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많은 것을 잃고, 포기하며 살아간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한 채 끝내 지켜낸 어떤 마음, 어떤 습관, 어떤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버텨야겠다는 다짐 없이도 버텨낸 시간, 지켜야겠다는 의지 없이도 유지된 감정들. 그것들은 그저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도 모르게 끝까지 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지킨 줄도 몰랐던’ 어떤 것들이 어떻게 우리를 이루고 있는지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1. 의식하지 못한 채 지켜온 마음들
우리는 무엇을 지키기 위해 분투할 때도 있지만, 어떤 마음은 의식조차 없이도 자연스럽게 지켜냅니다. 때로는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모른 채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나중에서야 그것이 지켜졌다는 사실에 놀라게 됩니다. 마음이 무너질 것 같던 순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감정,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에도 유지된 관계, 말없이 이어져 온 태도. 이런 것들이 바로 우리가 모르게 지켜낸 것들입니다.
가령 누군가에게 친절을 잃지 않으려 애쓴 적은 없지만,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다정한 말투를 사용하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혹은 어떤 상황에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가치, 예를 들어 정직함이나 겸손함 같은 것들이 여전히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느낄 때, 우리는 비로소 ‘나도 모르게 지켜왔구나’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런 마음들은 자랑스럽지 않아도 좋고, 남에게 드러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마음이 아직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이고, 그것이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본질이라는 점입니다. 스스로도 몰랐던 지켜냄은, 오히려 가장 깊은 나를 보여주는 증거일 수 있습니다.
2. 흔들리는 순간에도 남아 있는 것은 나를 지탱해 줍니다
삶은 끊임없는 변화의 연속입니다. 익숙한 것이 낯설어지고, 당연하던 것이 사라지고, 믿었던 것들이 흔들릴 때 우리는 자신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변하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를 지탱하는 힘입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삶이 바빠져도 하루 한 장 책을 읽는 습관을 이어가는 사람, 힘든 일이 있어도 끝내 고운 말을 잃지 않는 사람, 세상이 각박해도 여전히 누군가를 걱정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 그런 이들은 의식적으로 노력한 것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들의 삶에는 ‘흔들리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자신을 지켜주는 단단한 뿌리가 됩니다. 사람은 예측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어떤 것을 필요로 합니다. 그것이 누군가에겐 신념일 수도 있고, 반복되는 일상의 루틴일 수도 있고, 아주 사소한 감정 하나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흔들림 속에서 끝내 남아 있는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지켜낸 ‘작지만 강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것이 있었기에 우리는 여전히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아직 버릇처럼 다정한 말투를 쓰고, 여전히 누군가의 안부를 궁금해하고, 다시 사랑을 꿈꾸는 마음이 남아 있는 한 우리는 스스로를 지켜내고 있는 것입니다.
3. 지켜낸 것들이 결국 나를 말해줍니다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이루었는가보다, 무엇을 끝까지 지켜냈는가로 기억됩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떠올릴 때, 그 사람이 얼마나 성공했는가보다는, 그 사람이 끝내 놓지 않았던 어떤 태도, 어떤 감정을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그것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는 진짜 기준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스스로를 돌아볼 때, 무엇을 가졌는가보다는 무엇을 잃지 않았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긴 시간 동안 바뀌지 않았던 생각,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낸 다정함, 끝내 놓지 않았던 관계 하나. 그런 것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지켜낸 것들이야말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조각입니다.
누군가가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 지켜낸 마음은 결국 나에게 가장 큰 위로와 자부심이 됩니다. 아무도 몰랐지만 나는 알고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오늘까지 살아왔다는 것을. 무너지지 않고 마음을 품어왔다는 것을. 그것은 크지 않지만, 나를 지탱하고 이끌어주는 등불과도 같습니다.
삶은 끊임없이 뺏어가고 흔들지만, 그 와중에도 끝내 남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생각보다 깊고 단단하며, 언제든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지켜낸 것들이 결국 나를 이루고 있으며, 그 사실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한 걸음 더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