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 때 우리는 종종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다듬느라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때가 있습니다. 문법은 완벽한데 마음이 없습니다. 화려한 수사는 가득한데 읽는 사람의 가슴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반대로 서툰 표현이지만 진심이 담긴 글은 오래 기억됩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단지 문장을 나열하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꺼내 보여주는 일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글’보다 ‘마음’을 먼저 쓰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잘 쓰는 글보다 진심이 느껴지는 글
사람들은 좋은 글을 쓰고 싶어 합니다. 문장이 자연스럽고, 단어 선택이 세련되고, 표현이 매끄러운 글을 보면 감탄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런 글이 반드시 마음에 남는 것은 아닙니다. 읽고 나면 감탄은 남지만, 감정은 남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반면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어설픈 말투로 꺼내놓은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위로를 받기도 하고, 깊은 공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글은 결국 마음을 담는 그릇입니다. 아무리 정교하게 다듬어도 마음이 담기지 않으면 공허하게 느껴집니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을 때, 혹은 고마움을 전하고 싶을 때 우리는 더듬더듬한 말이라도 정성스럽게 쓰게 됩니다. 그 마음은 독자에게 전달됩니다. 말이 부족해도 진심은 통합니다. 그래서 진심이 담긴 글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는 종종 “글을 잘 써야 한다”는 생각에 얽매입니다. 멋진 문장을 써야 하고, 틀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잘 쓰는 글’이란 정해진 형식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왜 이 글을 쓰는가’라는 마음의 방향이 더 중요합니다. 그 마음이 분명할 때, 글은 읽는 이의 마음을 두드립니다. 결국 글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전해지는 것입니다.
진심은 감춰지지 않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의 망설임, 조심스러움, 간절함은 그대로 드러납니다. 마음을 담으려 할수록 글은 단단해지고, 누군가에게 닿게 됩니다. 글을 쓰기 전에 마음을 먼저 다듬고 꺼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2. 내 마음을 먼저 읽어야 글이 됩니다
마음을 담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글이 어려운 이유는 단어 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 왜 기분이 좋았는지 또는 우울했는지, 그 감정을 마주보고 이름 붙이는 일이 선행되어야 비로소 글이 나옵니다. 마음을 읽는 일은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연습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기 전에 망설입니다. ‘이걸 써도 될까?’, ‘이런 생각은 이상한가?’라는 의심이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글은 정답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느낀 것, 생각한 것을 있는 그대로 옮기는 것이 먼저입니다. 마음을 억누르거나 감추면, 글은 자연스럽게 흐르지 못합니다. 마음이 열릴수록 문장도 따라 흐르게 됩니다.
하루를 정리하며 짧게 쓰는 글이라도, 그 안에 내 마음을 담는다면 충분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보다, 그 일을 통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가 중요합니다. 때로는 분노, 서운함, 외로움처럼 꺼내기 어려운 감정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 표현하면 그 감정은 더 이상 혼자 감당해야 할 것이 아니라, 나와 대화할 수 있는 대상이 됩니다. 글을 쓰는 동안 감정은 흘러가고, 마음은 정돈됩니다.
자신의 마음을 읽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 속에서 잠시 멈추고, 나를 들여다보는 일이 필요합니다. 글은 바로 그 틈을 만들어줍니다. 글을 쓰는 습관은 곧 내 마음을 돌보는 습관이 됩니다. 그렇게 매일의 감정을 놓치지 않고, 마음의 결을 지켜보는 일이 쌓이면, 글도 점점 나를 닮아갑니다. 그 글은 누군가에게 특별한 울림을 줄 수 있습니다.
3. 마음으로 쓴 글은 누군가의 하루를 바꿀 수 있습니다
마음으로 쓴 글은 읽는 사람의 마음도 건드립니다. 한 줄의 문장이 위로가 되기도 하고, 짧은 단락이 긴 하루를 견디게 하기도 합니다.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이렇게 느끼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우리는 조금 덜 외로워집니다. 그래서 마음으로 쓴 글은 누군가의 하루를 조용히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많은 정보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수많은 글과 영상이 쏟아지지만, 그중 마음에 남는 건 많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정보가 ‘유용함’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반면 마음이 담긴 글은 ‘진심’을 기준으로 전해집니다. 그것은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랫동안 사람의 기억 속에 남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정보보다 감정의 연결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글을 쓰는 마음도 달라집니다. ‘내 글은 별거 아니야’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별거 아닌 글 속에 진심이 있다면 누군가에게는 아주 큰 울림이 됩니다. 글을 쓴다는 건 결국 마음을 건네는 일이고, 그 마음이 이어질 때 우리는 서로에게 힘이 됩니다.
그래서 글을 잘 쓰는 것보다, 마음을 진실하게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남을 감동시키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내 안의 감정을 정직하게 꺼내는 글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작고 조용한 글이라도, 마음을 담아 쓴 글은 오랫동안 누군가의 가슴속에 남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삶에 닿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