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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지 않으면 잊힌다

by blogger87955 2025. 7. 19.

우리는 매일 수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며 살아갑니다. 순간순간의 생각과 감정은 분명 내 삶의 일부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기 쉽습니다. 아무리 깊은 감동이라도, 아무리 인상적인 대화라도 기록되지 않으면 흐릿해지고 결국 잊히게 됩니다. 기록은 사라지는 것을 붙잡는 행위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왜 기록이 중요한지, 기록이 주는 감정적 위로와 삶의 깊이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기록하지 않으면 잊힌다

1. 기억은 흐릿해지고, 기록은 남습니다


기억은 살아 있는 감정이지만, 동시에 가장 불완전한 감각이기도 합니다. 어떤 장면은 오래도록 또렷하게 남아 있을 것 같지만, 며칠이 지나면 희미해지고, 몇 년이 지나면 왜 그랬는지조차 가물가물해집니다. 아무리 중요한 일도, 아무리 소중했던 순간도 시간이 흐르면 사람의 마음은 그것을 정확히 떠올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록이 필요합니다.

기록은 그 순간을 붙잡아두는 일입니다. 글로, 사진으로, 목소리로 남겨두는 것은 단순히 정보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보존하는 행위입니다. ‘그때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이런 말을 들으며 마음이 움직였구나’ 하는 것들은 시간이 지나 다시 꺼내 볼 수 있을 때 더욱 선명해집니다. 그것은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를 위로하는 방식이 되기도 합니다.

기억이 희미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사람의 뇌는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 위해 오래된 기억을 지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두 지워질 필요는 없습니다. 삶을 지탱해주는 단단한 순간들,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장면들은 가능하다면 오래 남겨두는 편이 좋습니다. 그것이 글이든, 그림이든, 사진이든, 기록의 형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입니다.

기록은 감정을 저장하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기쁜 날도, 슬픈 날도, 특별한 하루도 평범한 하루도 기록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쌓인 기록은 언젠가 내 삶의 이야기를 다시 읽게 해주는 책이 됩니다. 기억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 삶의 조각들이 기록을 통해 비로소 하나의 의미가 됩니다. 그래서 기록은 단순한 정리나 습관을 넘어서 삶을 깊게 만드는 가장 다정한 도구입니다.

 

2. 일상이 특별해지는 순간은 기록에서 시작됩니다


많은 사람들은 ‘기록할 만큼 특별한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여행이나, 큰 사건이 있어야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기록을 하다 보면 일상이 특별해집니다. 그냥 스쳐 지나갔을 하루가, 어떤 문장 하나로, 사진 한 장으로 의미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기록은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눈을 키워줍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본 하늘의 색, 출근길에 들은 노래, 친구와 나눈 짧은 대화. 이 모든 것은 하루가 지나면 사라질 수 있는 순간이지만, 기록으로 남기면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됩니다. 오늘의 나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지만, 몇 달 뒤의 나는 그 장면을 보며 다시 미소 지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록은 오늘을 내일로 연결하는 다리와 같습니다.

기록은 감정을 정리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합니다. 말로 다 풀 수 없는 감정들, 누군가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의 결들을 글이나 메모로 옮기면, 생각이 더 선명해지고 감정이 차분해집니다.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간단히 적는 것만으로도, 나는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셈이 됩니다. 그 대화는 어떤 위로나 조언보다도 깊은 힘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기록을 꾸준히 하다 보면, 자신만의 패턴과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어떤 계절에 마음이 가라앉는지, 어떤 일상에서 기쁨을 느끼는지, 무엇을 할 때 집중이 잘 되는지 등.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은 삶을 덜 불안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기록은 나를 잘 알기 위한 가장 확실한 도구입니다. 그리고 그 도구는 매일 아주 작게, 그리고 조용하게 내 삶을 지지해줍니다.

 

3. 기록은 언젠가 나를 구해줄 한 줄이 됩니다


삶은 때로 뜻하지 않게 무너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이유 없이 지치고, 자신이 아무 의미 없는 존재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나를 다시 붙잡아주는 것이 기록일 수 있습니다. 예전에 내가 남긴 단 한 줄의 문장, 웃으며 찍은 사진 한 장, 기쁨을 담았던 목소리의 기록이 지금의 나에게 다시 살아갈 힘을 줄 수 있습니다. 기록은 시간을 건너 나를 다시 만나는 통로입니다.

예전의 나는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하루를 살았는지. 그 기록은 내가 살아온 흔적이며, 동시에 내가 지금 여기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것은 단지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바탕이 됩니다. 특히 감정의 기록은 나를 돌보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입니다. 슬펐던 날에 쓴 단어, 기뻤던 날에 그린 선 하나가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의 중심을 잡아주기도 합니다.

기록은 나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입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나만 알아볼 수 있는 말, 나만 웃을 수 있는 사진, 나만 기억하는 장면이 쌓여 하나의 삶이 됩니다. 그 삶은 남들과 비교할 필요도 없고, 거창할 이유도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담은 조용한 이야기일 뿐입니다.

결국 우리는 끊임없이 잊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잊히는 것을 붙잡을 수 있는 힘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기록입니다. 한 줄의 글, 한 장의 사진, 한 통의 음성. 그 모든 것이 모여,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감정을 지나왔는지 알려줍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다시 나를 이해하고, 위로하고, 살아갈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그래서 기록하지 않으면 잊히는 것이고, 기록한다는 것은 다시 살아내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