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우리는 모든 것에 대해 “왜?”라고 물었습니다. 하늘은 왜 파랗고, 밤은 왜 오는지, 어른은 왜 일만 하는지 끝없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점점 “왜?”라는 질문을 덜 하게 됩니다. 그 대신 “어떻게 해야 하지?”, “뭘 해야 하지?” 같은 실용적인 질문이 앞서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질문을 멈추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이번 글에서는 어른이 될수록 사라지는 ‘왜?’라는 질문의 의미와, 그 질문을 다시 꺼내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질문을 멈추게 만든 건 정답 중심의 사회였습니다
우리는 자라면서 수많은 기준과 규칙을 배웁니다. 정해진 시간에 등교하고, 교과서에 있는 답을 외우고, 틀리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빨리 사라지는 것이 ‘왜?’라는 질문입니다. “왜 꼭 이래야 해요?”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대답은 “원래 그래”, “다들 그렇게 해”라는 식입니다. 그 순간 우리는 질문이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를 배웁니다.
어른이 되면 그 분위기는 더 뚜렷해집니다. 회사에서는 빠르고 정확한 해결책이 요구되고, 사람들은 ‘이유’보다 ‘결과’를 중시합니다.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비효율적으로 보이거나, 때로는 불편한 존재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점점 질문을 삼키고, 대신 빠른 행동과 실용적인 판단에 익숙해집니다.
하지만 그렇게 질문을 멈춘 결과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점점 스스로의 삶에 대한 이해를 놓치고,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게 됩니다. ‘왜 나는 이 일을 하고 있지?’, ‘왜 이 생활이 편하지 않지?’ 같은 질문은 잊힌 채, 매일의 일정과 책임만을 따라갑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알 수 없게 됩니다. 질문 없는 삶은 방향을 잃기 쉽습니다.
2. ‘왜?’라는 질문은 삶의 중심을 다시 묻게 해줍니다
“왜?”라는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 삶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출발점입니다. 익숙한 일상도, 반복되는 선택도, “왜?”라는 물음 하나를 통해 낯설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낯섦은 변화의 씨앗이 됩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바꾸고 싶을 때, 가장 먼저 ‘왜’라는 질문을 다시 꺼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반복되는 피로감이 들 때, 단순히 일을 줄이려 하기보다 ‘왜 이 일이 나를 지치게 할까?’라고 물으면 다른 해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관계에서 불편함을 느낄 때도, ‘왜 이 사람과의 대화가 어려울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감정의 본질에 다가설 수 있습니다. 이처럼 ‘왜’라는 질문은 삶의 표면이 아니라 속을 들여다보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왜?’라는 질문은 나의 감정을 존중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종종 감정을 억누르며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기지만, 그 감정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묻는 일은 중요합니다. 기쁨도, 슬픔도, 분노도 모두 이유가 있으며, 그 이유를 알고 나면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질문을 통해 나를 아는 과정은 삶을 덜 불안하게 만들어 줍니다.
3. 질문이 있는 삶은 늦더라도 방향이 있습니다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무언가를 늦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빠르게 정해진 길을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서 내 방향이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때로는 더디게 보이지만, 훨씬 단단하게 길을 나아갑니다. 반면 질문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삶은 어느새 낯선 길 위에 서 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질문이 있는 삶은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삶입니다. 단지 타인의 기대에 맞춰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목소리를 듣는 삶입니다. 그것은 아주 작은 질문부터 시작됩니다. ‘왜 나는 이 옷을 입는가?’, ‘왜 나는 아침마다 피곤한가?’, ‘왜 나는 자주 화가 나는가?’ 이런 사소한 질문들이 모여 삶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어 놓습니다.
또한 질문은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누군가에게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라고 물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질문을 나누는 관계는 더 깊어지고, 대화는 살아납니다. 질문이 있는 관계는 오해보다 이해가 많고, 단절보다 연결이 많습니다.
결국 어른이 되어도, 오히려 어른이기에 더 많이 물어야 합니다. 살아온 시간이 많을수록 익숙한 틀에 갇히기 쉽고, 그만큼 더 많은 질문이 필요합니다. 질문은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새로운 길을 열어줍니다. 어릴 적처럼 단순하고 순수하게, “왜 그럴까?”라고 묻는 일은 지금도, 앞으로도 여전히 소중한 일입니다.